연재 (옛날신문) 대중정서 좀먹는 일본가요 불티 (1990.5.14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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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트라린 조회 1,840회 작성일 2024-10-08 10:28:26 댓글 2

레코ー드 사서 듣는 거 좋아하는 만화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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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정서 좀먹는 일본가요 불티
카페·가라오케 등 휩쓰는 왜색 바람
식민문화 못 씻은 채 앞선 기술에 잠식당해
일본 것 베끼는 가요계 병폐도 확산 부채질

 일본 대중가요가 밀려오고 있다. 대학가 노점에서 불법 복제된 최신 일본 가요 테이프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가 하면 강남·명동 일대 일부 레코드점에서는 판매 금지된 일본 가수의 디스크가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앞 카세트테이프 노점에서 여대생 3명이 각각 1천원짜리 테이프 한 개씩을 골랐다. 이들이 산 테이프는 〈굿바이 데이〉(키스기 타카오), 〈라스트 찬스〉(나가부치 쯔요시), 〈저스트 어 메이드 인 러브〉(쿠와타밴드) 등 일본에서 최근 인기를 글고 있는 곳이었다.
 노점 주인 성아무개(24) 씨는 “중·고생, 대학생 등 젊은층과 주변 카페 주인이 주 고객으로 이곳 노점 3곳에서만 하루 100개 가량의 일본 가요 테이프가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페는 노점과 함께 일본 가요 유통의 통로로 꼽힌다.
 10일 오후 5시 강남의 한 카페 안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 20여 명이 50인치 대형 화면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본의 인기 그룹 쿠와타밴드의 공연 모습에 넋을 잃고 있었다.
ㅇ레코드점과 ㅅ레코드점은 강남에서 알아주는 일본 디스크·CD 전문점. 디스크·CD는 2만 3,000~3만 5,000원 선에, 레이저디스크는 2만 5,000~8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들 가게 업주들은 주문이 밀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고 말한다. 오토코구미 등 우리 청소년들에게 한창 인기 있는 가수·그룹 디스크의 경우 보통 주문 뒤 1주~보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식 수입이 금지된 일본 가요 디스크·테이프는 관광객을 위장한 ‘보따리장수’에 의해 반입된 뒤 업자들 손에 넘어가 현지 가격의 2~3배로 시중에 유통된다.
 일본 노래는 70년대 중만 〈블루라이트 요코하마〉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더니, 지난 83년 가라오케가 상륙하면서 본격 국내 침투를 시작했다. 이때 음악다방에서 간간이 흘러나온 〈코이비토요〉(이츠와 마유미)는 이제 이 곡을 부르지 못하는 가수는 일부 업소의 밤무대에 서지 못할 정도로 ‘인기곡’이 됐다.
 가라오케는 술꾼둘의 노래 반주를 통해 일본 가요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가요 저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에는 노래 반주는 물론 노래 부르는 사람의 모습이 대형 비디오로 나오고 그 화면에 일본어 가사가 들어 있는 일본제 비디오케까지 등장했다. 이들 가라오케·비디오케를 갖춘 유흥업소는 전국적으로 1만여 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요 전문가들은 △같은 동양 문화권으로 인한 친숙한 멜로디 △뛰어난 녹음 기술 △남녀 할 것 없이 귀엽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일본의 연애인들 등을 일본 가요의 강한 전파력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 가요의 확산은 이러한 외형적 요인 말고도 우리 가요의 고질적 병폐인 표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요평론가 김경일 씨는 “곡명만 대면 알 수 있는 히트 가요 중 일본 노래를 그대로 베낀 것이 수두룩하다”며 “일본 가요의 개방은 시기상조”라고 못박는다.
 서울대 음대 이건용 교수는 “노래를 좋아하는 행위는 개인적 기호의 문제 같지만, 실제는 그러한 입맛을 키워주는 사회 구조적 문제와 연관돼 있음을 생각할 때, 일본 가요 확산 현상은 일제 식민 문화가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50대 이상 일제 식민 교육 세대의 향수와 10~20대의 외국 문화 선호 의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상업자본을 발판으로 대동아공영권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 문화, 특히 일본 대중가요를 전면 개방할 경우 그에 휩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밖의 문화를 들여오는 일보다 우선 남·북한이 잦은 교류를 통해 단일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키워 우리의 문화적 자생력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댓글목록

캣타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캣타워 작성일
그땐 그랬지
지금 한류 말하면 미친놈 취급 장난아니었을것

리뉴아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리뉴아 작성일
근데 요즘은
(대충 이세돌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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