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옛날신문)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필수품”이던 시절 (1988.4.5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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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트라린 조회 1,849회 작성일 2024-10-08 09:52:08 댓글 0

레코ー드 사서 듣는 거 좋아하는 만화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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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 미니카세트
“나만의 세계” 제공
책 볼 때나 롤러스케이트 탈 때도 헤드폰과 함께
선물론 최고…「학습」보다 「음악감상용」으로 사용

 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의 K독서실.
휴대용 소형 스테레오 카세트(일명 미니카세트, 흔히 일제 상품명인 워크맨으로 통칭)에 연결된 헤드폰을 낀 채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들이 심심치않게 눈에 띈다. 신나는 음악만이라도 듣고 있는지 발장단을 치며 눈딜은 여전히 책상 위의 참고서에 두는 현혜숙 양(17).
 『등·하굣길 시내버스 안에서, 그리고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는 거의 언제나 헤드폰을 끼고 있으니 하루 평균 네다섯시간 쯤은 음악을 듣는 셈이죠. 지금처럼 공부하기가 지루해지면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만 녹음해 둔 테이프를 틀고요.』
 중2때 오빠한테서 카세트를 물려받을 때는 카세트를 가진 친구들이 한 학급에 20명도 못 됐는데 요즘은 40명 가량이 갖고 다닌다.
 『주말 오후면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청소년들을 50~60명쯤 볼 수 있다』는 여의도 자전거 대여소 주인 오원상 씨의 말처럼 놀 때도 카세트와 떨어지지 않는 청소년들이 흔하다.
 「가족용」이라기보다는 「개인용」이랄 수 있는 미니카세트는 현재 약 350만 대가 보급돼 있어 전국 1천만 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보급률은 35%.
 요즘 시판되는 제품들이 빨강·노랑·분홍·파랑 등 점점 더 밝은 원색 계통으로 변하면서 경쾌한 디자인에 「마이마이」(My My) 「요요」 「아하」 등 청소년들의 감각과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상품명들은 그 수요자가 누구인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서울 종로1가 오디오전문점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황재철 씨(36)는 최근 몇 년동안 『미니카세트는 중·고생들의 졸업·입학·생일 선물론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서 『특히 졸업·입학철에는 외국어 회화 공부를 하라며 자녀에게 미니카세트를 사 주는 부모가 많아서 그 판매량도 연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을 「학습용」으로 쓰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과는 달리 청소년들은 주로 「음악감상용」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는 게 전철에서 헤드폰을 낀 채 영어단어를 암기하고 있던 이정호 군(15)의 이야기다.
 이 군은 『하기야 음악을 듣더라도 차 안의 소음이라든가 다른 가족들이 TV를 듣는 소리 등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공부를 하는 데는 꽤 도움이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학습용」이랄수도 있겠지요』아며 웃는다.
 한편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할 경우의 학습능률에 대한 의견은 서로 엇갈린다.
 청소년들은 『그냥 공부만 하는 것보다 덜 지루하고 잠도 덜 온다』 『그밖의 잡음을 잊게 되니까 오히려 정신집중이 더 잘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성인들, 특히 독서실 관계자들은 이와 정반대 의견이다.
 심지어 개인용 미니카세트도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독서실도 상당수.
 어쨌든 휴대하기 쉬운데다 남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세계」를 찾는 청소년들의 감각과 잘 맞아떨어져 그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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