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옛날 소련인들이 금지된 서구의 음악을 들었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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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료브라'(рёбра, ryobra)라는 물건임. 소련의 불법 음반(빽반)인데, 재료가 특이하게도 엑스레이 필름임.
만드는 방법은 대강 이러함. 병원에서 쓰다 버린 엑스레이 필름을 줏어다가, 조악한 커팅 머신 위에 얹고 소릿골을 깎아. 그런 다음 가위로 대충 둥글게 자르고 라이터로 가운데 구멍을 뚫으면 완성.
당연하겠지만 한쪽 면밖에 만들 수 없고, 품질이 열악해 몇 번밖에 틀 수 없었지만, 카세트테이프라는 게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게 소련 사람들이 금지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함.
소련의 록 그룹 '키노'(Кино)의 데뷔 앨범 '45'의 수록곡 "아빠도 한 때는 비트닉이었잖아요"(Когда-то ты был битником)의 가사 중 "당신은 영혼을 로큰롤에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죠. 물론 남의 엑스레이 사진을 잘라 만든 빽판으로요."가 이를 잘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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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타워님의 댓글
캣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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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따위로 문화를 막을 수 없다는 예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