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스압) 음악동아 1988.9 — SP·LP 재생한 CD 음질에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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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트라린 조회 342회 작성일 2025-12-06 18:20:39 댓글 2

레코ー드 사서 듣는 거 좋아하는 만화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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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SP나 LP를 재생시킨 CD 음반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다. SP나 LP 중에는 옛 대가들의 명연주가 많기 때문. 그러나 이 재생 CD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최근 구미 음반계에 대두되고 있다. 국내 음악애호가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재생 CD에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이 글은 최근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에 게재된 것으로, 음악 평론가 앨린 코진(Alan Cozin)이 기고했다. 〈편집자 주〉


 1983년 콤팩트디스크(CD)가 도입되었을 때 이제 LP판은 수명이 다 되었으니, 종래의 고전적인 음반들이 갖고 있던 방대한 목록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옛날의 숱한 주옥같은 SP 음반들이 LP로 재생되는 데 수십 년이 걸린 사실을 상기할 때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더욱이 요즘같이 음질의 순도가 판매의 결정 요인이 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재래식 음반들이 사멸할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반 회사들은 음악애호가들이 완벽한 디지털 방식의 음반과 아날로그 양식의 음반 양자를 적절히 배합하여 갖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CD 재생 음반(종래의 음반을 CD로 재생한 음반)이야말로 그 폭넓은 수요가 가리키듯이 방대한 사업, 그것도 매우 수지맞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곧 깨닫게 되었다.

 사실 CD의 제작비는 첨단 기술의 발전 덕분에 현저히 낮아졌다. 그런데 LP로 제작된 수많은 연주곡목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운영비 정도를 충당할 수 있는 원가로 내다 팔아야만 수지를 맞추는 데 비해, CD로 제작된 경우에는 같은 연주곡목이라도 온전한 가격을 다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30개 음반 회사들은 종래의 SP나 LP 중 괄목할 만한 매상을 올린 음반을 CD로 재생하여 다시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디지털 음반 이전에 제작된 명음반의 연주 곡목이 없어지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여기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문제의 초점은 SP나 LP가 CD로 재생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재생 과정에서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는가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작자들이 자기네들의 CD를 선전하듯이 정말로 ‘원반의 정수’(精粹)를 제작하기 위해 마스터 테이프(master tape)를 입수하여 거기에 최첨단의 기술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풋내기 기술자들이 단지 LP 제작 원반들—이 원반들은 사실 복사 음반을 찍어낼 때 사용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이미 이중삼중의 복사를 거친 원반들이다—을 사용하여 무더기로 CD를 찍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뿐만 아니라 CD 재생음반 구매자들이 원래의 음반에 딸려 있던 음반 재킷의 디자인과 작품 해설 혹은 주석 등—이러한 요소들은 음반 수집가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CD와 LP의 수록된 연주 시간의 차이에서 생기는 공백을 LP의 여러 앨범을 결합함으로써 메울 수 있을 것인가? 또 두 개의 서로 다른 녹음을 나란히 수록한다든지, 이제까지 함께 모으지 못한 싱글판이나 이전에 음반으로 출간되지 못한 자료를 함께 수록하여 메울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이 LP를 CD로 옮기는 데 필연적으로 봉착하는 사항인 것이다.


전사(轉寫) 과정에 문제 있어


 지난 4년 동안 나는 약 3천개의 CD를 들어보았다. 이 3천개의 CD는 모든 종류의 음악을 망라한 것으로, 초창기 카루소의 목소리를 녹음한 1906년의 녹음에서부터 올해에 녹음된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내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연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된 것이기 때문에, 그 방식으로 취입된 수많은 LP—현재 이것들은 매우 낡았다—를 좀 더 음질을 개선한 CD로 대체하기를 고대해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취급하기가 용이할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에 나는 CD를 좋아하지만, 내가 꼭 갖고 싶은 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주의 녹음을 가장 훌륭하게 재생한 음반이다. 나는 매우 훌륭한 CD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CD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음악애호가들의 줄기찬 항의에도 불구하고, 배려 깊게 제작된 CD가 그와 똑같은 곡목을 수록한 LP보다는 훨씬 낫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CD라는 매체 자체가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수집한 LP 음반들 중에서 그 LP판을 대체한 CD와 면밀히 비교한다든지, 음질의 우수성을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비교의 결과는 경우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우선 CD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수많은 CD가 LP 원판보다 개선된 점이 있다는 것을 들을 수 있겠다. 고전음악 음반 제작회사 중에서 ‘RCA’ ‘CBS’ ‘엔젤’ ‘런던’ 등은 수십 년 묵은 연주 자료를 비교적 풍부한 내용으로 묶어서 훌륭하게 CD로 재생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RCA에서 기획한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전집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집을 제작한 맥스 윌콕스는 원음 테이프를 사용하여 녹음을 재배합했을 뿐 아니라, LP 취입 시에 사용한 마이크로폰의 결함을 여러모로 보충했다. 또한 CBS에서는 LP에 나타난 여러 가지 결함—예컨대 최고음의 볼륨을 높일 때 생기는 불투명한 음질, 바이브레이션이 잘려나간 베이스 음, 가식적인 반향음—등을 말끔히 일소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처음으로 번스타인, 글렌 굴드, 아이작 스턴, 루돌프 제르킨 등이 원래 연주한 소리가 실제로 어떻게 들리는지 뚜렷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고전음악의 CD 재생음반은 종래의 LP판의 3, 4면에 해당하는 자료를 담고 있다.

 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CD 재생의 경우도 많다. 특히 LP에서 CD로의 전사(轉寫) 과정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형편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엔젤’사에서 출판한 볼트(Boult) 지휘의 본 윌리엄스 교향곡 5번의 CD 음반은 LP 원반에는 없는 붕붕거리는 잡음이 1악장과 4악장에 나타나는데, 그 잡음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잡음은 보존된 마스터 테이프의 결함으로 종종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지속적인 잡음은 마스터 테이프의 변질로 발생되는 현상이 아니라 전사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CD 제작회사들이 LP의 커버에 수록된 자료를 빠뜨려서 구매자로 하여금 LP의 커버를 복사하게 만드는 수고를 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LP의 커버에 수록된 가사, 제작진 명단, 음반취입 날짜, 프로그램 주(註) 등은 수집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물론 이러한 오류가 반드시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얼마 전에 ‘엔젤’사에서 출간한 클렘페러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6번은 그 음반 재킷의 목록에 올라있는 다른 작품들이 실제로는 음반에 수록되지 않았음을 깨닫자, 즉시 수거하여 그 잘못을 바로잡고 다시 출판했다. 또 최근에 RCA사에서 내놓은 드보르작의 〈신세계〉 초판에서는 제4악장의 처음 두 음이 탈락되었는데, RCA사는 이를 즉시 시정했다.

 또한 얼마 전 RCA에서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자신의 제2, 제3협주곡을 연주한 CD를 내놓았는데, 애호가들로부터 이 음반들이 최근에 나온 LP판보다 더 잡음이 심하게 난다는 항의를 받고 시중에 나온 CD를 거두어들인 일도 있다.


“CD 음질이 모두 동일하다는 생각은 잘못”


 이와는 달리 결함이 있는 CD의 교체를 비공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CD가 실용화된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CBS/소니’가 제작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본 투 런(Born To Run)〉을 산 적이 있다. 그 CD는 얼핏 보아 괜찮은 것 같았으나(말하자면 LP보다 나은 것 같았으나), 소위 ‘원반의 정수’라고 보기에는 불충분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에서 최근 미국에서 제작된 새로운 CD판을 사서 들어보았는데, 그 차이는 극적일 만큼 엄청났다. 미국 CD가 베이스음도 견실하고, 잡음도 덜하며, 전체적으로 훨씬 깨끗한 음질을 자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1983년에 미국 CBS사가 일본 CBS/소니사에게 마스터 테이프가 아닌, 제작 시에 사용했던 제작용 원반을 CD 제작의 원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CBS사는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CBS/소니가 찍어내는 CD의 음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다시 마스터 테이프로 돌아갔다. CBS에서 CD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제리 슐먼의 말에 따르면, 그 사건 이후로 CBS의 1천5백 개의 CD 품목 중에 50 내지 1백 개의 품목이 개정판(改訂版)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당시 슐먼은 다음과 같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이 심각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에 일본이 우리에게 보내는 CD판들이 최상의 품질을 갖고 있다는 믿을 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었으며, 소니가 CD 제작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회사이므로 그들이 제작한 CD의 품질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지요. 사실상 1983년에 우리 회사가 시중에 판매한 CD는 그 당시로서는 최상의 것이었지요. 다만 그 이후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원반을 발견했으며, CD 제작의 기술과 전사 테크닉도 개선되었을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제품을 끊임없이 개선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우리는 가능한 한 우리 회사가 내놓은 고전적인 품목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내 견해로는 이와 같은 개선작업은 박수갈채를 받으면 받았지 명예롭지 못한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CD의 개선은 비단 CBS만의 문제는 아니다. 폴리그램사 역시 자사 발매 록 음악 CD 중 몇 개를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폴리그램의 CD 품목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빌 러벤슨은 다음과 같이 CD 개선의 애로사항을 설명한다.

 “CD 초창기에는 많은 회사들이 LP 제작용 원반으로 CD를 제작할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지요. 그러나 이제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아날로그 자료를 매우 세심하게 분비하고 있지요.”

 그러나 러벤슨은 일단 원반이 형편없는 CD는 아무리 개선하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고전음악 CD를 즐기는 사람은 사정이 좀 낫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CD에도 몇 가지 전형적인 오류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악명 높은’ 경우는 처음으로 CD로 제작된 토스카니니 연작집—토스카니니의 머리 메달이 표지에 실려 있는 음반이 아니라, 1985년 일본에서 발매된 초록색과 회색 바탕의 커버가 있는 음반 세트—이다. 이 음반은 아직도 시중에서 발견되는데, 이것은 절대로 구입해서는 안 된다. 이 음반의 음질은 고색창연한 ‘빅트롤라’ LP판보다 흐릿하기 때문이다.

 이 음반이 생겨난 연유는 1984년에 RCA의 일본 지사가 토스카니니 지휘의 녹음테이프를 본사에 요청한 일에서 시작된다. 당시 요청서에는 이 녹음테이프가 CD 제작을 위한 것이라고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뉴욕 본사 기술진은 아날로그 복사판을 보내주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녹음테이프는 표제가 아니라 번호로 주문되었는데, 요청한 번호가 하필이면 ‘빅트롤라’의 준(準) 원반 번호였다. 그러므로 뉴욕 본사에서 보낸 ‘원반’은 말하자면 오리지널 녹음에서 몇 차례 희석된 복사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작된 음반이 일본에서 시중에 나왔을 때야 비로소 RCA사는 그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달았으며, 그 후 토스카니니 음반의 통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일본 음반은 미국에 수입되어 어떤 단서(但書)도 해명도 없이 버젓이 시중에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시행착오 과정에서, CD 출현 이후 더 이상 나은 음반은 나올 수 없으며, 이제 CD 음반의 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대동소이하다는 순진한 믿음을 갖고 있는 수집가들은 적지 않은 당혹감을 받게 된다.


원래의 LP보다 음질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어


 그러나 SP나 LP 마스터 테이프를 CD로 전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위와 같은 의사가 잘못 전달되거나 서투른 작업 과정에서 야기되는 점들이 아니라, 오히려 중간음과 베이스를 키우고 고음을 잘라냄으로써, 아날로그 테이프의 결함을 말끔히 일소하고자 하는 제작자들의 ‘선의의 왜곡’에 의해 야기된다.

 제작자들은 테이프에 나오는 ‘쉬—’하는 소음을 완화하고 녹음 자체에 좀 더 중압감을 부여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어떤 때에는 잘 통할지 모르지만, 대개의 경우 그 과정에서 현악기, 관악기, 건반악기의 고유한 음색과 음의 윤곽이 소실됨으로써, CD의 녹음 상태가 LP의 녹음 상태와 비교하여 오히려 더 둔탁하고 공허하게 들리기 십상이다. 물론 균압장치나 톤 조절장치를 통해 음의 변질을 제어할 수는 있다. 그러나 CD 사운드를 LP 사운드만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다이얼을 만지작거려야 할 정도라면, 그 CD는 전사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작년 CBS사에서는 재즈 걸작집—마일스 데이비스, 루이 암스트롱, 데이브 브루백 등의 고전—을 처음으로 CD로 출반했다. 얼핏 보면 이 걸작집에는 진지하게 작업한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이 CD 중 몇 개를 원래의 LP와 비교해보면 매우 상심하게 된다. 1980년대의 음반 소비자들이 잡음을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이들 제작자는 빈대를 잡느라고 초가삼간을 태워버린 것이다. 마스터 테이프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물론 없어졌지만, 그와 아울러 다채로운 음색에서 느껴지는 미묘함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브루백의 〈타임 아웃〉을 연주한 폴 데스몬드의 유창한 색소폰 소리도 그 통렬한 음색을 대거 상실하고, 그 대신 가식적인 반향음으로 대체된 감이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데이비스의 곡은 더욱 터무니없다. 이 위대한 트럼펫 연주자가 보여준 그 날카롭고 잽싼 어택(attack)이 형편없이 완화되고, 그가 빚어내는 음색도 온데간데없다.

 암스트롱의 음반은 음질은 훌륭하나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즉 아홉 개의 트랙 중에 여섯 개의 트랙이 다른 녹음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흥미롭기는 하지만 원래 선택한 녹음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 없다.

 2곡의 연주시간은 38분밖에 되지 않으므로 원래의 녹음도 같이 수록할 여백은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 상태 같아서는 CD가 LP의 대체물이기는커녕 부속물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LP판의 음질이 나은 경우에는 LP판을 고수할 필요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음반 제작회사에서 전사 과정에 결함이 있는 콤팩트디스크를 현재 개선 중이라는 사실이 이러한 결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LP판이 모조리 사라질 날이 곧 올 것이며, 그 대에는 소비자들이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을 것이다.

 가령 CBS사의 재즈 걸작집의 경우에는 최근에 나온 LP판은 CD와 동일한 디지털 원반을 사용하여 제작된 것이므로, 원래의 LP판이 어떤 소리를 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은 중고품 음반 가게를 이 잡듯 뒤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회사들도 구식이건 신식이건 간에 LP 음반 제작을 이미 감축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걱정거리가 단순한 물신숭배와 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음반을 생동하며 변화하는 음악문화의 ‘지워지지 않는 지문’(指紋)으로 여기는 우리들에게는, CD가 결국 20세기의 음악적 성취를 대변하는 보고(寶庫)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CD 제작에 관여하는 음반회사와 제작자들은 이 사실이 내포하는 책임을 진지하게 떠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댓글목록

리뉴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리뉴아 작성일
원본이 LP면 LP 그대로 듣는게 낫...겠지?

트라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트라린 원글 작성일
이론적으론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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