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에 올렸던 글이라 반말체에요



내가 일병땐가

3개월 후임 놈이 총 들고 지하 창고에 숨어서 자1살을 시도 했어.


얘가 군생활 적응 못하고 있는데 선임들이 갈구고 패고 하니까 힘들었나봐. 이등병이 부대 돌아가는걸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 지1랄들을 했는지...


다행이 총알도 공포탄이었고 칼로 벤 곳도 얕고 해서 대장이랑 부대장이랑 소대장등등 하고 면담 좀 하고 가볍게 진찰 받고 넘어갔어.


그 후로 걔는 2층 근무자들 생활관(우리 부대는 개쪼그만 부대여서 총원이 서른명 안팍이었어. 1층은 주로 행정병들이 쓰는 생활관 2개가 있고 2층은 근무서는 병사들이 쓰는 생활관4개에 취사병 2~3명 쓰는 생활관이 있었어)에서 나와서 1층에 있는 내 생활관으로 이사 왔지.


첨엔 나도 주변 선임들이 걔 폐급이다 그러고 딩요처럼 생겨서(레알 비슷하게 생김. 피부색마저..) 약간 거리를 두고 있었지.


걔가 생활관 옮기고 첫번째 주말이었을거야. 생활관에 걔 동기가 1명 있긴 했는데 둘이 친하지도 않고 나머진 다 선임들이다보니 구석탱이에 혼자 찌그러져 있더라구. 그게 너무 불쌍해 보였어.


마침 소대장이 걔 좀 잘 보살피라고 전파하기도 했고 혼자 울것 같은 표정으로 짱박혀 있는게 너무 처량해 보여서 나라도 관심을 좀 주자는 취지로 접근을 했지.


아마 그때가 걔 전입오고 두번째 말 거는 거였을거야. 슬쩍 다가가서 담배 피러갈래? 라고 물었지. (이등병은 이런저런 이유로 선임이 데리고 담배를 피러 갔어야 했어)


생각해보면 그게 실수였지.


여튼 걜 데리고 막사 뒷켠 흡연장으로 갔어. 그때 내가 한창 그렌라간에 꽂혀 있을 때였는데 후임 놈을 데리고 가는 중에 문득 그렌라간의 명대사가 떠올랐어. "내 드릴은..."이라는 대사 있잖아.


근데 얘가 내가 중얼거리는걸 들었나봐. 내 말 뒤에 바로 "하늘을 뚫을 드릴이다."가 나오더라고. 


부대 내엔 딱히 인터넷 밈이나 애니쪽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도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후임놈이 이쪽에 빠삭하더라고.


덕분에 나는 좋은 말 상대를 찾았고 걔도 혼자 심심하고 울적하던 차에 좋은 활력소가 되었지. 그 후로 얘랑 나랑 거의 붙어다니면서 둘이 낄낄대고 놀았어. 내가 편하게 대해주고 챙겨준게 걔한테 좋게 작용했는지 부대 생활에 적응도 잘하고 꽤나 애가 밝아지더라고.


뭐 나 혼자의 생각이지만 다 죽은 애 하나 살렸다고 생각해. 나름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자주 끌고 다니면서 게임도 하고 그랬는데, 걔 입장에선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놈 덕에 군생활은 제법 재미있게 했어. 그놈도 그 후로 사고 안치고 잘 전역했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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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이 딩요 닮은 트롤 새1끼가 날 사지방으로 부르더니 

"***일병님, 혹시 이 사이트 아십니까? 여기 병123신들 많은 웃긴 사이트입니다" 라면서 루리웹을 알려줬어...


덕분에 여길 알게 됐고 주말에 사지방에서 자주 눈팅하기도 했지. 전역 후에도 눈팅 하다가 어쩌다보니 가입까지 해버렸네...


이 빌어먹을 놈...

 

 잘 살고는 있나 모르겠네.

 

넌 나에게 루리웹을 알려줬어.

 

시1발놈

 

퉤

 

 

혹시 아직도 루리웹에 종종 들어오냐?

 

이 글 보고 있냐? 딩요 색휘야?

 

퉤

 

 

석줄요약

1. 관심병사 된 후임을 잘 돌봐줌

2. 정말 잘 돌봐줌

3. 후임놈이 은혜를 원수로 갚음

 

ㅡ끝ㅡ

 

뻘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