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623 조회 날짜 17-07-17 01:58 전체공개   잡담 남쪽마을 이야기 -1
  • 무뇨스박사

    출석일 : 2

아침 조례가 끝나자마자 한껏 인상을 구긴 보안서장이 나를 불렀다.

 

"더스틴군, 자네 또 순찰시간에 찻집에서 농땡이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사실인가?"

 

어제 밤 밤새도록 다비군이 [보안서의 제복을 풀플레이트 아머로 바꿔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제국규격 서류용지에 빼곡히 적은 보고서를 꾸깃꾸깃 구기는 보안서장의 인상이 한껏 더 구겨져있었다.

 

이걸로 다섯번 보고서를 거절당했으니, 다비는 아마 새로운 쓸데없는 보고서를 써서 제출하겠지.

 

"아무리 근 몇년간 큰 사건사고 없는 평화로운 마을이라지만,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법이야."

 

다비의 보고서를 쓰래기통에 쑤셔넣는 보안서장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더스틴군, 사건 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법이네. 순찰은 그런 사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업무고 말이야."

 

보안서장의 말에 최대한 '역시 서장님은 에프린의 평화밖에 모르는 참보안관이십니다!'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고로 그런 중요한 순찰시간을 농땡이로 보낸 자네의 근무태만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항상 보안서장님의 열정에는 감탄을 금할수가 없네요."

 

보안서장은 씨익 웃어보이더니 책상밑에서 아주 무거워보이는 갈색의 가방을 꺼내보였다.

 

갈색의 가방에 아주 잘 보이게 찍혀있는 붉은비둘기의 문양을 보고, 나는 탄식을 금하지 못했다.

 

"내 열정을 알아줘서 정말 고맙네 더스틴군, 거기에 보답하고자 자네가 열심히 순찰을 돌 수 있도록 이 우편가방을 전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편국의 에드린씨가 몸살이 나서 오늘 우편을 돌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마을 주민들의 편의를 책임지는것 또한 보안관의 임무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래, 마침 오늘 우편이 참 많이도 왔더군, 마을 한바퀴 돌면서 우편도 전해줄 겸 순찰도 돌고 오게나. 질문은 없겠지?"

 

"보안서장님의 배려, 감사합니다!"

 

최대한 존경을 담은 얼굴(이라고 생각했을뿐이지만)로 보안서장에게 경례하니, 보안서장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단지 나가라는 손짓을 할 뿐이였다.

 

죽을상을 쓰고 자리로 돌아와 우편가방을 책상위에 내려놓자 옆자리의 다비군이 웃었다.

 

"또 농땡이 쳤던겁니까? 더스틴씨도 대단하시네요."

 

분명이 어제 밤을 샜던 탓이리라, 오늘따라 다비군의 눈 밑이 한층 더 푹 파여있었다.

 

"질리지도 않고 절대 통과 될 리 없는 보고서로 밤을 새는 너도 참 대단하네, 그렇게 일해도 야근 수당은 안나온다고..."

 

뭐, 가장 대단한건 내가 농땡이를 칠 때 마다 순찰을 똑바로 돌 수 밖에 없는 벌칙을 만드는 보안서장이 가장 대단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새삼스래 보안서장의 일머리에 놀라는 나에게 다비가 열의에 찬 목소리로 [보안서의 제복을 풀플레이트 아머로 바꿔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만 오전중에 우편을 모두 돌리고 돌아오고 싶었기에 적당히 끊고 보안서를 나왔다.

 

순찰을 돌기엔 너무나 부적합한 날씨였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보안관 조끼와 셔츠속의 살결을 기분좋게 간질였고, 햇빛은 따듯하게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아무리 제국의 최남단에 가까운 마을이라지만 항상 적응이 되지 않는 날씨다. 갈색소의 달(*2월)에 이렇게 상냥한 날씨라니.

 

이런날은 실로아씨의 찻집에서 느긋하게 따듯한 밀크티라도 마시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을 때 왔어야했다. 심각하게 농땡이를 칠까 생각을 했지만 이 우편가방을 들고 농땡이치기에는 몸살에 걸려 오늘 하루 우편을 전해받고 사랑하는 주민들이 웃음짓는걸 보지 못하는 에드린씨에게 너무나 죄송했기에 포기했다.

 

보안관 사무실이 있는 언덕을 따라 내려오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인사를 해왔다.

 

길게 뻗은 금발의 머리칼, 저기 북쪽의 시더스트설산을 떠올리는 새하얀 피부, 그리고 에메랄드호수처럼 빛나는 맑은 초록빛 눈동자. 나의 오랜 불알친구 앨리스였다. 여자에게 불알친구라니, 이상하지 않냐고? 하지만 앨리스는 진정한 의미에서도 불알친구라고 부를 수 있으니 이해해주시길.

 

"시드! 오늘 에드린씨 대신 일일 우편배달부라면서? 어제 또 순찰시간에 땡땡이쳤지?"

 

"그러게말야, 오늘같이 날씨 좋은날에 땡땡이를 쳤어야하는데..."

 

아쉬운듯이 말하는 나에게 앨리스가 손을 뻗고 생글생글 웃었다.

 

"오늘쯤 분명 나한테 편지가 한통 도착해야하는데, 땡땡이치시면 곤란해요. 보안관 아저씨!"

 

세상 평화로운 웃음을 짓는 아름다운 아가씨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불알친구일 뿐이다. '불알'친구

 

"어... 시장거리에 온 편지가..."

 

우편가방속의 표지를 뒤적거려서 시장거리의 편지를 살펴보니 확실히 앨리스의 가게 앞으로 도착해야 할 편지가 보였다.

 

"여기있네. 제국 중앙 아카데미? 혹시 에린한테 온거야?"

 

편지를 건내주니 앨리스는 한껏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벌써 졸업할때야? 시간 참 빠르구만, 에린도 못본지 10년정돈가? 그 꼬맹이 아가씨가 아카데미에 입학한것도 놀랐지만 졸업한다니..."

 

"그치? 우리 집안에서 아카데미 출신이 생길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앨리스의 동생자랑이 시작될거같아서, 적당히 씩 웃어주었다.

 

"그래, 잘 됐네! 그럼 오늘은 좀 바빠서 이만!"

 

"응, 오늘도 조심하고, 힘내!"

 

손을 흔들어주는 앨리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마을 외곽의 해변거리부터 돌 생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

 

중학교때 쓰던 이야기를 본가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다시 한번 써볼까 했는데

 

직장때문에 얼마나 자주 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진행은 다 노트랑 머리속에 있으니 천천히 다시 가다듬어서 쓸까 싶어요.

 

일단은 판타지...계열인데, 요즘 유행하는 이세계라던가 고등학생이라던가 그런건 아니라서 재미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일주일마다 조금조금씩 끊어서 올릴까 싶네요!!

 

벙커에 이렇게 조잡한거 막 올려서 죄송합니다 흑흑

 

혼자쓰고 박아놓기보단, 조금씩이라도 올려보고 싶은데 사람 너무 많은곳은 부담스러워서...

1
추천

댓글목록

카이테스틴 의 댓글

카이테스틴 200062 날짜
0
므흣한씬은 언제나오나요 센세?!

알바 의 댓글

알바 200063 날짜
0
창작은 환영이야

♪밤하늘 의 댓글

♪밤하늘 200066 날짜
0
더스틴이라니.. 저스틴 비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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