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667 조회 날짜 16-12-19 01:12 전체공개   잡담 지나가던 이야기2
  • 무뇨스박사

    출석일 : 2

전시회 준비로 바빴던 평일이 지나고 어김없이 주말이 찾아왔다. 물론, 다음주도 바쁠 예정이지만.

전일 망년회랍시고 신나게 마셔댄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거렸지만, 삼십분 전 눈을 뜬 뒤로부터 쭉 신경쓰이던 갈증을 참지 못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 밖으로 기어 나왔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와 주방에 가니 술을 마신 탓에 운전이 불가능해 하룻밤 머물게 된 모리상이 건너편 거실의 카우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좋은 아침입니다.(おはよございます)"

숙취와 갈증덕에 잠겨버린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비몽사몽인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깨끗한 방이 없어서 정신없이 어지러운 LDK의 거실 소파에 담요만 덮어주고 재웠던가, 갑작스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물을 마신 뒤, 그래도 손님인데 이대로 보내기는 좀 미안해서 아침식사를 준비하자고 마음 먹었다.

 냉장고에서 몇 알 안남은 계란을 꺼내자 그녀가 기지개를 쭉 피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리모컨 어디에 있나요??"

기숙사에 원래 있던 티비이긴 하지만, 이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이 될까 반신반의하며 책장에 놓여있던 리모컨을 눌러보았다.

다행히도 제대로 작동하였기에 안도하며 그녀에게 리모컨을 건내주었다.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아침방송의 소리를 들으며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빵을 토스터에 넣고 건너편의 모리상을 보니 그녀는 흥미롭다는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원래 요리 자주 하시는편이세요?"

의외라는듯한 어투였다.

"에, 뭐 항상 외식이면 식비도 많이 나오니까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된지 몇달 지났지만 둘이서만 이야기 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구나, 라고 문득 생각했다.

어느샌가 그녀는 거실에서 걸어와 식탁에 앉아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느끼자 새삼 쑥쓰러움이 찾아왔다.

"TV안보세요?"

구워지고 있는 소세지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 소리 듣는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녀의 희미한 웃음

"원래 TV자주 보세요?"

그녀는 즐거운지 싱글벙글하며 대답했다.

"네, 저 TV 많이 보는 아이(テレビ子)거든요."

그녀의 대답에 나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런 말도 있나보네요. 처음 알았어요."

"항상 집에 돌아가면 혼자니까요. 별 하는것도 없이 TV켜고 멍하니 보다보면 어느새 잠들어요."

왠지 쓸쓸한 이야기를 즐거운듯이 말하는 그녀가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전 원래 TV를 잘 안보는 성격이라 기숙사 들어와서 한번도 켜 본적이 없었는데, 모리상덕에 TV도 기뻐하겠네요."

그녀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접시를 꺼내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녀가 꺼내준 접시에 계란후라이와 소세지, 막 구워진 빵을 옮겼다.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중 갑작스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혼자서 TV보는것 보다, 누군가하고 이야기하는편이 더 즐겁네요."

"저도 매일 혼자 식사하다가 누군가하고 같이 식사하니까 더 즐겁네요."

모리상을 보면서 웃어보이자, 그녀도 마주보고 웃어주었다.

"아! 토요일 특집이다. 저거 되게 재미있어요!"

그녀는 눈을 TV쪽에 두고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가 끝나고 접시를 개수대에 놓아둔 뒤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티비를 보던중 문득 즐거운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같은 이야기가 자려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끄적끄적

요즘 너무 바빠서 벙커에 글 너무 오랜만에 남기는듯 ㅎㅎㅎ그래도 금요일에 샘플 제작 완료했으니 다음주까진 덜 바쁘려나

이런 짧은글들 몇개씩 써놨는데, 정리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보고싶기도 하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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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모어게시판 의 댓글

유모어게시판 188124 날짜
0
오오...필력 좋다

무뇨스박사 의 댓글의 댓글

무뇨스박사 188133 날짜
0
머리속에 떠오르는거 엉망진창으로 썼는데 좋게봐줘서 고맙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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