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529 조회 날짜 17-06-02 01:39 전체공개   잡담 [일하는 남자]서문 번역문
  • 무뇨스박사

    출석일 : 2

일하고 싶지 않다.

 

어딘가 남쪽의 섬에서 조금 매운 요리를 먹으면서, 조금 씁쓸한 음료수를 마시고, 코코넛 오일의 냄새가 나는 해변에 누워서 비치파라솔의 아래에서 기분 좋은 바람속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끝내고 싶다.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일하지 않고, 계속 놀고싶다.

 

이제껏 가보지 못한 나라에 여행을 가서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읽어보지 못한 책을 읽고 읽은적 없는 만화를 읽고 들은적 없는 음악을 느끼고 싶다.

 

영화도 보러 가고싶다. 연극도 감상하고 싶다. 라이브를 보러 가고 싶다.  밤중에 잠시 거리에 나가서 놀고 있을법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고 싶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하고, 배꼽이 빠질정도로 웃고, 거기에 우연히 있던 귀여운 여자아이와 사이가 좋아져서, 살짝 집에 데려가서 아침까지 농탕치고싶다. 침대에 들어가서야 콘돔이 없는것을 알게 되곤, 어찌할지 고민한 끝에 서둘러서 편의점에 사러 갔다 오자 반라로 기다려준 그녀가 웃으면서 맞아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일하고 싶지 않다.

 

예전에는 달랐다.

 

일하는것이 자신의 아이덴티티였다. 일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일하는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상대방에 흥미가 생겼고, 일함으로써 얻는 달성감만이 삶의 희망이였다. 무엇을 하던간에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난항을 겪을땐 항상 조바심이 났다. 적어도 이번에 문고화된 이 책의 서적판을 집필할때와 교정이 끝나는 날 까지는.

 

입고후, 쓰러졌다.

 

입원하고나서야 완성된 [일하는 남자-働く男]의 초판 띠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얼마나 바쁘던 일하고 싶다. 힘들어서 과로사를 하더라도 나는 관계 없습니다.]

 

물론, 관계는 있었다. 뇌동맥류파열에 의한 막하출혈. 과로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고 선천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강하다고는 들었디만, 업무는 완전히 중단되고 사무소의 직원이 계약한 회사들에 사과를 하러 갔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실례를 끼치고, 도움을 받았다.

 

휴양중, [일하는 남자]를 읽으니 다른사람이 쓴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가 홀린듯이 괴로움을, 일을 자신에게 시키는듯이 느껴졌다.

과혹한 입원생활으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일이 중심이던 생활이 아니고, 자신이 중심인 생활로 변했다. "일이 없으면 살 수 없어"가 아닌 "일하는 건 즐거워","하지만 왠만하면 땡땡이치고 놀고싶어" 와 같은 말을 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나는 [일하는 남자]로부터 [일하고 싶지 않은 남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일하는 남자' 인 자신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참고로 앞에 적은 발언에는 작은 문제가 있다만, 이 책을 쓰던 시절의 내 일에 대한 생각, 자세는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일을 맡게 되면 몰두하게 되고, 내가 하는 일은 항상 똑바로 마주보고 싸워나가지 않으면(진심으로 해나가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지금도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존재감, 중독감, 과잉한 고통은 일절 느끼고 있지 않다. 즐겁다. 사람들 앞에 서는 기쁨,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흥미로움, 그런 일이 가능한 입장에 서게 된 달성감. 모든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평범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쉬고 있어도 불안은 느끼지 않는다. 안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지하게 쉬고싶다. 지금의 내가 있는것은 이전의 나 덕분이며, 그가 껍질을 깨고 필사적으로 싸워왔기에 그로부터 탈피한 내가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 할 수 있게 되었다.

 

농땡이치고싶다, 놀고싶다, 일하고 싶지 않다고 투덜거리면서 사실은 지금도 바쁘게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마음은 안정되었고, 즐겁고, 행복하며 일도 충실하고 있다.

 

그런 지금의 내 모습에 입각하여 이 책을 읽고 있을 당신이, 다음의 페이지부터 후기까지 계속해서 껍질을 깨고 나오기 전의 나를 보고 무언가를 느끼고, 자신의 일이나 생활에 대한 피드백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문필가이며 음악가, 배우인 호시노 겐의 2012년까지의 일을 적을 수 있는만큼 기록하고 각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것이다. 문고화를 할 때쯤 되어 201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일도 조금 추가해서 적어놓았다.

 

그러면, 다시 후기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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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번에 일본갔다오면서 공항에서 책 사왔는데

 

서문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여서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나도 요즘 회사가 바빠서 이런저런 생각 많이 나는데 왠지 읽다보면 되게 도움될거같은 느낌이 든다.

 

호시노 겐 자체도 좋아하는 편이구...

 

쭉 읽으면서 바로바로 번역하고 타이핑해서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 바쁘신 빵카 아조시들 한번씩 읽어보셨음 좋겠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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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모어게시판 의 댓글

유모어게시판 197336 날짜
0
글이 좋네..
일하는건 즐겁지만 땡땡이 치고싶어!
흠.. 살짝 김 빼고 일하는게 자기한테는 제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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