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모를 시작하기 전에 목욕탕에서 면도하는 사람을 만난 적 있음

그 사람 옆에 앉아서 때 밀고 있는데 구석에서 조용히 뭔가 하더라고

난 그냥 신기하다 정도 생각하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지나가던 나이 많이 먹은 아재하나가 극딜을 하는거야

멀쩡한 털을 왜 밀고 자빠졌냐

부랄 떨어지는 짓을 하고 있냐

왜 목욕탕에서 세균 옮기고 다니냐

등등

그 땐 옆에 있던 나도 쫄아서 그냥 대충 목욕탕 나옴

그리고 몇 년 지나서 제모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당시에

'쟤가 저 아재한태 무슨 짓을 한다고 말 같지도 않는 꼰대질을 했을까'

하면서 제모하는 친구를 동정하곤 했지

그런데 슬슬 탈모가 진행되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꼰대 아재가 히끗히끗한 빡빡이 였었고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털을 빡빡 밀고 있는 정신나간 놈으로 보였었던 거지

당시의 욕짓거리가

앞으로 없어질 몇 가닥 없는 털에 대한 연민과

그 동안 면도로 날렸던 털에 대한 회한이

그리고 털을 소중히 하라는 수줍은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 봄

사족:

1. 나는 이게 많이 길어 지니까 옷에 껴서 아파서 제모하기 시작함

2. 제모용 면도기는 따로 팜 수염 미는 걸로 하면 아픔 다칠 수도

3. 어떤 면도기든 ​위생관리는 공통임 관리 안하면 피부병 생긴닷
4. 20대 부터 탈모관리하자​ 병원가면 됨 자라나라 머리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