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8,962 조회 날짜 19-10-17 19:49 전체공개   도탁에서 퍼온 X탄약창 X경비중대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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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미칩

    출석일 : 1899


내가 근무한 부대는 탄약창으로 후방의 GOP라고 불리는 곳

부대 둘레가 10km가 넘을정도로 면적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그 구역을 100명 안되는 1개의 중대가 경계작전을 맡음


여유로운 부대는 서로서로 우애가 넘치고 화기애애 하겠지만

저희 부대는 매일 지옥같은 근무량에 찌들어 힘들다보니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보단 내꺼 챙기기 바쁜 살발한(?) 분위기였음. 물론 부조리도 엄청 많았음


동기가 못하면 엄청나게 갈굼받기때문에 동기들끼리 사이가 안좋은 경우가 엄청 많았는데

나의 선임이었던 김상병(폐급)과 이상병(폐급)이 그런 사이였음

맞음. 이 둘은 모두 폐급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둘은 서로를 극혐했음(?)


김상병을 묘사해보자면 축 처진 눈, 자신없는 목소리, 여드름이 많고, 이등병때 마음의편지를 쓴 경력때문에 선임들이 싫어했고

이상병은 생긴것도 멀쩡하고 (잘생긴 편) 행동도 멀쩡한데 특징이 눈치없고 자기 맘대로라서, 이등병 때 선임들이 엄청 욕하고 갈궜음. 


이상병은 상병쯤 되니까 그나마 멀쩡해지고 다 잘지냈음. 알고보니 성격 시원시원한 편


반면 김상병은 부대 전체인원에게 신뢰가 없는 하찮은 존재였음. 갓 들어온 이등병에게 '저 선임은 폐급이다' 라는 소리를 남들이 할 정도

같이 근무나가면 본인도 자기가 당했던것처럼 마편에 적힐지 모른다며 한여름에도 FM으로 모든 순찰로를 돌았고 (근무 많을때 하루 15KM 산악)

신세한탄, 뒷담화 등등 같이 근무나가면 후임이 몇시간이고 들어줘야 하는 피곤한 스타일이었음. 딱 한가지 좋은건 그래도 착한 스타일이고 후임들 안 괴롭혔음


이상병, 김상병의 부사수로 근무를 나가면

서로서로의 살발한 뒷담화를 들을 수 있을정도로 뿌리깊은 증오가 있었음;


어느 날, 부대에 어떤 사건이 일어남

이상병이 야간 근무 복귀를 했는데 워키토키(무전기)가 사라졌다는거임;;


이상병의 주장을 들어보자면

근무 복귀할때 워키를 반납하는걸 깜빡하고 생활관에 둔 채로 샤워장에 갔었고

돌아와보니 침대에 놔뒀던 워키가 사라졌다는거임.


상병달고 고참들도 슬슬 전역하면서 폐급 이미지에 벗어났었던 이상병은

잠들어있던 상꺽~상말, 병장들의 갈굼을 한꺼번에 받음 ㅋㅋ


이상병은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고 침대에 두고 샤워하고 왔는데 워키가 없어졌다, 난 모른다' 를 계속해서 주장했지만

예전부터 덜렁대고 사고 엄청 쳐왔기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아줬음 ㅋㅋ 선임들은 'ㅈㄹ하지마라 니가 나가서 잃어버렸겠지 개소리야' 라며 후임들 보는데서도 존나게 갈궜음


처음엔 난 워키하나 잃어버린게 별거냐 싶었음. '부대 비용으로 다시하나 사면 되지 ㅋ' 이 생각하고 말았음

그런데... 알고보니 워키토키 잃어버린게 엄청 큰 일이었음;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보안 + 무슨무슨 죄 적용해서 워키 잃어버린게 좆나 무거운 죄가 되버림 (자세히는 기억 안남 ㅈㅅ;;)


이 소식을 들은 중대장, 다음날 질색팔색 벌벌 떨면서

경비대장(소령)한테 좆털릴생각에 겁 존나먹은게 얼굴에 보였음

이거 보고하면 일 커지니까 중대장이 결단을 내림.



'워키토키 찾을때까지 잠 못잔다' 선언

잃어버린 워키토키를 찾는 사람은 '어떻게해서든 7박8일 휴가를 보장해주겠다' 선언함 ㅋㅋㅋ


그때 한참 동원훈련 준비한다고 눈코뜰새없이 엄청 바쁠때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이 터져버린거임 ㅋㅋㅋ


휴가빼고 부대에 남은 80명 남짓한 인원 손전등이며 라이트펜이며 빛나는건 모두 다 챙겨들고 투입시킴 ㅋㅋㅋㅋ 경비대장한테 보고 안하고 몰래 ㅋㅋ

몇몇은 막사에 남아서 내부랑 주변 샅샅히 뒤졌음. 천장 뜯어서까지도 다 뒤질정도로 필사적이었음


9시에 취침인데 새벽3시까지도 못자고, 심지어 1시 반에 후반야 뛰는 인원들까지도 전부 안재웠음

앞서 말했듯이 부대 면적이 엄청나게 넓고 험한 산악지역이지만 (철책 둘레가 한바퀴 도는데 2시간 반)

이미 인간 산다람쥐로 개조된 우리 중대원들에겐 껌... 일줄 알았는데


온갖 투입로와 철책 둘레, 심지어 상병 이상 전용이었던 지름길(가라)까지도 다 뒤져봤는데 없는거임

3일을 잠을 못자고 계속 투입해도 없었음. 7박8일 휴가의 꿈을 품었던 부대원들은 모두 지침..


가면 갈수록 이상병에 대한 갈굼은 심해져가고

이미 말차계획 다 짜놓거나 휴가 올려놓은 병장들은 진짜 가루가 될때까지 이상병을 갈궜음

근데.. 이상병이 거기서 또 다른 주장을 했음

내가 워키토키를 생활관에 놓고 샤워하고 왔는데 없어졌으면 분명 누군가 숨긴게 틀림없다.

그리고 김상병 저새끼가 가져간게 틀림없다 (동기 생활관이었음)

거의 확신하면서 얘기했지만 솔직히 아무런 증거가 없었음.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였고, 선임들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었음


.

.

.


그렇게 모든 인원이 포기하게 되고.. 중대장이 GG 선언함

경비대장에게 보고 한 결과 예상대로 개빡쳤고 

우리 중대 간부들 완전군장 메고 행군함 ㅋㅋㅋ


빡친 포인트가 워키토키를 잃어버려서인지, 아니면 몇일동안 그 사실을 숨겼던것때문인진 모르겠지만..

그 이상병도 영창갔었던가 아마 그랬을거임.. 몇년 지난 일이라 가물가물;;


그렇게 큰 소동이 지나가고.. 계절이 두번 바뀌고.. 큰 소동은 해프닝으로 익어갈 무렵

이상병 김상병도 말년병장이 되서 전역을 하게 됨


한동안 이상병과 근무를 나가면 '김ㅇㅇ 그새끼가 그런게 확실하다니까' 소리를 한동안 듣게 됐고

김상병에게는 직접 묻지 않았지만 여전히 남들 뒷담화, 신세한탄 소리나 들어줘야했음. 자기 휴가 짤릴까봐 더욱 더 FM으로 근무했었음


김상병은 항상 입에 달고다녔던 말이 있었는데 

'너네 전역하면 볼 것 같지? 전혀 아니야, 나도 전역하면 여기랑 연 끊고 나가도 모르는사람 취급하며 살거야'

속으로 '이 새끼는 전역해본적도 없으면서 맨날 이 소리네' 생각했음




그리고 전역날, 김상병은 전역식도 생략하고 중대장이랑 밥한끼 하고 조용히 나감 (본인이 전역식 하기 싫다고 함, 최초)


워키토키 찾을 당시 개짬찌 일병이었던 나는 어느새 상병을 훌쩍 넘고..

시간이 더 지나 병장이 되고..

노련하게 철책 돌면서 가끔 이등병 부사수 걸리면

그때의 시끌벅적함은 다 식고 이젠 썰이 되버린 워키토키 이야기를 해주곤 했음


그렇게 전역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몇개월 차이 안나는 타소대 후임이 그때 그 사라졌던 워키토키가 얼마전에 발견됐다는거임

얘기를 들어보니, 2층 샤워실에서 샤워를하는데 물이 자꾸 잘 안내려가서

행보관님인지 외부업체인지 하수도를 들여다 봤는데... 거기에 워키토키가 쳐박혀 있었다는 거.. ㅋㅋㅋㅋㅋ


이러면 범인이 누군지 확 좁혀지게 됐음

미쳤다고 이상병이 거기다가 박았을리는 없고

같은 생활관에, 워키가 사라졌을 당시 근무나가있지도 않았고, 

이상병과 뿌리깊은 증오를 갖고있었던 김상병의 소름 돋는 범행인게 거의 확신..


모든 사람들이 미친놈 취급하고 아무 증거없던 이상병의 추측이 그 둘이 전역하고나서야 거의 간접적으로 밝혀지게 됨 ㅋㅋㅋ

그때 당시 포상휴가에 눈멀어서 정말 수십명이서 막사를 다 뒤졌는데도 못찾았는데, 설마 여기에 박혀있을줄은 아무도 몰랐던거

분명 그때 발견됐으면 이건 김상병으로 범인 몰렸을 듯


결국 그 워키토키는 이미 지난일이기때문에 지금와서 윗 상관한테 보고하면 일 생기니까 중대에서 쉬쉬 넘어갔고

나는 그때 이후로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엿먹일 수가 있구나' 깨닫고 전역을 함.. ㅋㅋ







이게 소름돋는 이유는 내 부대 얘기인데 같은 부대아니면 절대 알수 없는 이야기임


그리고 저 두 상병 설명 바뀐거같은데 김씨는 김ㄱㅂ이였음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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